회식 거절은 연애 거절이 아니다. 일정 조율이다. 다만 한국 직장은 그 조율에 눈치가 섞인다.
숫자가 말해 주는 건 「모두가 회식을 싫어한다」가 아니다. 필요하다는 쪽과 부담이라는 쪽이 거의 반반이고, 세대와 회사 크기에 따라 갈린다. 그 위에서 말이 통하려면 짧고, 미리, 확정형이어야 한다.
설문은 분위기일 뿐
인크루트가 직장인 87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아이뉴스24 보도)에서 연말 회식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답은 59.4%였다. 이유로는 업무의 연장 31.3%, 술을 권하는 분위기 22.4%,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 13.7% 순이었다. 연말 회식이 필요하다는 쪽은 50.7%, 필요 없다는 쪽은 49.3%로 갈렸다. 연령별 「필요하다」는 20대 46.3%, 30대 45.9%, 40대 55.8%, 50대 이상 66.7%였다.
같은 회사 인크루트의 888명 송년회 조사(중앙일보)에서는 필요하다는 답이 58.8%였다. 20대 47.5%, 30대 51.0%, 40대 66.5%, 50대 이상 68.9%. 그해 송년회를 한다는 비율은 69.7%였고, 그중 참석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는 답은 69.8%였다. 대기업은 83.3%, 중소기업은 62.8%로 차이가 났다. 2030은 업무 시간 식사, 4050은 저녁 술자리를 더 선호한다는 교차 분석이 따라붙었다.
마크로밀엠브레인 2023년 조사(직장인 1000명)는 결이 조금 다르다. 현 직장 회식 문화가 마음에 든다는 답이 52.9%로 전년 45.9%보다 올랐다. 참여 스트레스가 줄었다 70.4%, 불참 때 눈치를 덜 보게 됐다 63.9%. 그래도 회식을 업무 연장으로 느낀다는 답이 48.6%, 늦게 끝나 부담이라는 답이 38.2%였다.
표본과 시점이 다르다. 내 팀이 설문과 같다고 보면 안 된다. 다만 「거절 자체가 이상한 일」은 이미 아닌 직장도 많다는 신호 정도는 된다.
근로시간으로 치면
고용노동부 근로시간 판단 기준은 사기 진작·친목 회식을 근로시간으로 보지 않는다. 「참석을 강제하는 말을 했다」는 점만으로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적혀 있다. 거래처 접대는 사용자 지시나 승인이 있을 때 근로시간으로 볼 여지가 있다. 임금 근로시간과, 회식 도중 사고의 산재 인정은 기준이 다를 수 있다. 불참을 이유로 한 인사상 불이익은 별 문제다.
법 문장을 카톡에 붙여 넣는 거절은 잘 안 통한다. 통하는 쪽은 일정 언어다.
실제로 입에서 나오는 말
당일 잠수, 이유 없는 「안 갑니다」, 매번 같은 거짓말, 과한 사생활 설명은 남는 게 없다. 미리 말하고, 짧게 닫고, 가능하면 다른 자리를 하나 제안하는 쪽이 반복 비용이 적다.
쓸 수 있는 문장이다. 회사 말투에 맞게 다듬으면 된다.
1. 「팀장님,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선약이 있어 참석이 어렵습니다. 다음 자리에는 맞추겠습니다.」 2. 「오늘은 1차까지만 함께하고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3. 「갑작스러운 일정이라 자리를 비우기 어렵습니다. 미리 알려주시면 맞춰보겠습니다.」 4. 「술은 못 해서 음료로 건배하겠습니다. 자리는 함께하겠습니다.」 5. 「아이 저녁 시간이 겹쳐 오늘은 어렵습니다. 내일 오전에 못 나눈 이야기는 공유드리겠습니다.」
육아·간병·운전·약 복용은 길게 풀지 않아도 된다. 「개인 사정」 한 줄로 닫는 팀도 있다. 신입 첫 회식, 프로젝트 종료 자리는 빠져도 되는 자리와 무게가 다르다. 그건 문장 문제가 아니라 선택 문제다.
짧게 보면
- 회식 필요·부담은 조사마다 반반에 가깝고, 세대·기업 규모 차가 있다.
- 친목 회식은 고용노동부 기준으로 원칙적 근로시간이 아니다. 강제 발언만으로 근로시간이 되지는 않는다.
- 거절은 연애 화법이 아니다. 선약, 1차만, 다음 점심이 반복해서 쓰인다.
- 불참을 빌미로 한 인사상 불이익, 음주 강요는 다른 층위의 문제다.
회식 한 번을 빠지는 문장보다, 평일에 일을 맞춰 주는 기록이 더 오래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