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고장·누수·동파 수리비, 집주인 vs 세입자 누가 낼까 — 판단 기준 5개와 원 단위 계산, 특약 문구까지

천장 마감 타일 한 장에 갈색 누수 얼룩이 크게 번져 있는 모습

보일러가 멈추거나 천장에서 물이 새면 수리비는 대부분 집주인 몫이에요. 다만 세입자가 별 비용 없이 손쉽게 고칠 수 있는 사소한 고장은 세입자가 부담하고, 겨울에 보일러를 꺼 두었다가 배관이 얼어 터졌다면 세입자도 일부를 물어낼 수 있어요. 계약서에 “수리는 임차인 부담”이라고 적혀 있어도 보일러나 배관을 통째로 바꾸는 공사까지 세입자에게 넘어가지는 않아요.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전월세 세입자와 집주인 사이에서 가장 자주 부딪치는 문제가 수리비예요. 누가 내야 하는지 모호하면 서로 미루다가 피해만 커지기 쉬워요. 아래에서는 법이 정한 원칙부터 시작해서, 실제로 판단할 때 던져야 할 질문, 월세를 덜 낼 수 있는 한도 계산, 동파 분담 계산, 특약 문구까지 차례로 정리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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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 의무는 법에서 누구에게 지우고 있나요?

출발점은 민법 제623조예요. 집주인(임대인)은 집을 넘겨준 뒤에도 계약이 이어지는 동안 세입자가 그 집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할 의무가 있어요. 세입자가 매달 내는 월세는 바로 이 ‘살 수 있는 상태’에 대한 대가라서, 고장으로 집을 제대로 못 쓰게 됐다면 고치는 책임도 원칙적으로 집주인에게 돌아가요.

세입자에게도 의무가 있어요. 민법 제374조에 따라 세입자는 집을 돌려줄 때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보존해야 해요. 쉽게 말해 내 물건처럼 함부로 쓰지 말고 평범한 사람이 기울일 만큼의 주의는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에요. 이 의무는 수리 책임을 세입자에게 옮기는 근거가 아니라, 세입자가 관리를 소홀히 해서 손해가 생겼을 때 그 몫을 따지는 근거예요.

두 의무가 부딪친 사례가 대법원 2010다89876, 89883 판결이에요. 계약서에 “모든 책임은 임차인”이라는 약정이 있었지만, 건물 구조상 단열·방습 공사가 안 돼서 생긴 결로는 집주인의 하자로 봤고, 원인을 조사하고 없앨 의무도 집주인에게 있다고 판단했어요. 세입자가 환기나 제습처럼 별 비용이 들지 않는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은 책임을 줄이는 사유로만 고려됐어요.

천장 페인트가 넓게 들뜨고 벗겨진 모습
천장 페인트가 넓게 들뜨고 벗겨져 아래 바탕면이 드러났네요. (사진: Tomwsulcer / Wikimedia Commons, CC0)

내 경우는 누구 몫인지 어떻게 가리나요?

대법원은 94다34692, 94다34708 판결에서 경계선을 분명히 그었어요. 실제로 판단할 때는 아래 세 가지 질문을 순서대로 던져 보면 정리가 쉬워요.

첫째, 고치지 않으면 계약 목적대로 살 수 있나요? 살 수 없다면 집주인 몫이에요. 한겨울에 보일러가 아예 돌지 않거나 배관이 터져 방을 쓸 수 없다면 집이 제 역할을 못 하는 상태이니, 월세의 대가인 유지 의무가 그대로 적용돼요.

둘째, 세입자가 별 비용 없이 손쉽게 고칠 수 있나요? 그렇다면 세입자 몫이에요. 같은 판결은 이런 사소한 수선을 집주인 의무에서 뺐어요. 전구나 수전 패킹 교체처럼 값이 싸고 바로 할 수 있는 일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것은 판결 기준을 대입한 예시이지 품목별로 나온 판결은 아니에요.

셋째, 집의 주요 구성부분이나 기본 설비를 크게 고치거나 바꾸는 일인가요? 그렇다면 특약이 있어도 집주인 몫이에요. 94다34708 사건은 노후 배관이 터지고 보일러가 작동하지 않은 여관이었는데, 대법원은 배관과 보일러 시설을 기본적 설비로 보고 전면 교체를 대규모 수선으로 판단했어요.

세 질문으로도 애매하다면 대법원 2011다107405 판결이 제시한 다섯 요소를 함께 봐야 해요. 집의 종류와 용도, 파손의 규모와 부위, 생활에 미치는 영향, 수선이 쉬운지와 비용, 계약 당시 상태와 월세 수준이에요. 같은 고장이라도 집 상태나 월세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어서, 어떤 품목이든 “무조건 집주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워요.

상황(판결 기준 대입 예시) 분류 근거
전구·수전 패킹·변기 부품 교체 사소한 수선, 세입자 94다34692
보일러 노후 고장·교체 기본 설비, 집주인 94다34708
배관 파열·누수로 방 사용 불가 대수선, 집주인 94다34708
단열 결함으로 생긴 결로·곰팡이 하자, 집주인(환기 소홀은 감경) 2010다89876
한파에 외출하며 보일러를 끄고 동파 세입자 과실 일부 민법 374조
녹이 슬어 부풀고 칠이 벗겨진 배관 아래쪽 모습
녹이 슬어 부풀어 오른 배관 아래쪽 칠이 군데군데 벗겨졌어요. (사진: Shamrock Lee / Wikimedia Commons, CC BY 4.0)

집주인이 안 고쳐 주면 월세를 덜 내도 되나요?

덜 낼 수는 있지만 한도가 있어요. 대법원 2016다227694 판결은 집주인이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용에 지장이 생겼다면 그 지장의 한도에서 월세를 거절할 수 있다고 봤어요. 또 세입자가 직접 고치는 데 쓴 돈(필요비)은 민법 제626조에 따라 바로 청구할 수 있고, 그 금액 한도에서 월세를 내지 않아도 연체로 보지 않아요.

판결 사안의 숫자로 계산해 볼게요. 월세가 8,000,000원이면 2기 연체선은 16,000,000원이에요. 밀린 차액이 27,000,000원이었지만 세입자가 지출한 필요비 15,000,000원을 빼면 실제 연체는 12,000,000원이에요. 16,000,000원에 못 미치니 집주인의 계약 해지는 인정되지 않았어요.

일반 원룸으로 바꿔 가정해 볼게요. 월세 600,000원이면 2기는 1,200,000원이에요. 두 달을 통째로 안 내면 연체가 1,200,000원이 되어 민법 제640조의 해지 사유에 닿아요. 그런데 수리비 300,000원을 직접 냈다면 1,200,000원에서 300,000원을 뺀 900,000원만 연체로 잡혀서 2기에 못 미쳐요.

방 일부를 못 쓰게 된 경우도 계산해 볼게요. 월세 600,000원짜리 집에서 방 3개 중 1개를 누수로 쓸 수 없고 면적 비율을 1/3로 가정하면, 민법 제627조에 따라 600,000원 × 1/3 = 200,000원 감액을 청구하고 400,000원을 내는 셈이에요. 실제 비율을 어떻게 잡을지는 사안마다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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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파 수리비는 어떻게 나누게 되나요?

겨울에 장기간 집을 비우면서 보일러를 꺼 두었다가 배관이 얼어 터졌다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집주인의 유지 의무는 그대로지만, 세입자가 선관주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면 손해 일부를 함께 질 수 있어요.

얼음으로 덮인 바깥 배관 아래로 고드름이 줄지어 매달린 모습
바깥 배관이 얼음으로 덮이고 아래로 고드름이 줄지어 매달린 모습이에요. (사진: Famartin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일부 잘라냄)

아래 숫자는 판결 결과가 아니라 정리 자료(우리집 변호사, 2024-11-05) 기준으로 비율을 가정한 계산이에요. 보일러·난방 온수 분배기 교체 1,001,393원과 장판·벽지 재시공 3,723,607원을 더하면 공사비는 4,725,000원이에요. 과실 비율을 30%로 가정하면 4,725,000원 × 30% = 1,417,500원이 세입자 몫이고, 4,725,000원 − 1,417,500원 = 3,307,500원이 집주인 몫이에요.

비율은 집주인 쪽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보일러가 세입자만 쓰는 공간이 아니라 외부 계단실에 있었는지, 10년 가까이 된 노후 보일러였는지, 집주인이 보수를 오래 미뤄 피해가 커졌는지를 확인해 두면 세입자 부담을 줄이는 근거가 될 수 있어요.

많이 하는 실수 일곱 가지는 무엇인가요?

  • 고쳐 주지 않는다고 월세를 전부 끊는 실수예요. 정상적으로 살 수 있는 상태라면 수리를 미룬다는 이유만으로 월세를 거부하기 어렵고, 2기 연체가 되면 오히려 해지 사유가 돼요.
  • 알리지 않고 바로 직접 고치는 실수예요. 민법 제634조는 수리가 필요하면 지체 없이 집주인에게 알리도록 정하고 있어요.
  • 기록을 남기지 않는 실수예요. 사진·동영상, 문자, 통화 녹음, 견적서와 영수증을 날짜와 함께 보관해 두세요.
  • “수리는 임차인 부담” 특약이 있으니 보일러 교체도 내 몫이라고 생각하는 실수예요. 범위가 없는 특약은 소규모 수선에만 적용돼요.
  • 한겨울 장기 외출 때 보일러를 완전히 꺼 두는 실수예요. 동파 손해 일부를 떠안을 수 있어요.
  • 집주인의 수리 공사 출입을 막는 실수예요. 민법 제624조에 따라 보존에 필요한 공사는 거절할 수 없어요.
  • 필요비와 유익비를 헷갈리는 실수예요. 고장을 고친 필요비는 바로 청구할 수 있지만, 집의 가치를 높인 유익비는 계약이 끝날 때 가치 증가가 남아 있는 경우에만 돌려받아요.

특약은 어떻게 써 두어야 안전할까요?

94다34708 판결은 수선 의무를 세입자에게 넘기는 특약도 범위를 명시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통상 생길 수 있는 소규모 수선에만 적용된다고 봤어요. 그래서 “임차 중 모든 수리는 임차인이 부담한다”나 “시설물 일체 책임은 임차인”처럼 범위가 없는 문구는 생각보다 힘이 약해요.

세입자 입장에서는 범위를 나눠 적어 두는 편이 분쟁을 줄여요. 예시 문구로는 “전구·수전 패킹 등 소모품 교체는 임차인, 보일러·배관·누수·방수 등 주요 설비 수리 및 교체는 임대인이 부담한다”, “고장 통지 후 ○일 안에 수리 착수가 없으면 임차인이 수리하고 비용을 차임에서 공제할 수 있다”가 있어요. 판결 문구가 아니라 판결 취지에 맞춰 만든 예시이고, 개별 계약은 전문가와 상의하는 게 안전해요.

정리하면 이렇게 움직이세요

고장이 나면 먼저 문자로 집주인에게 알리고, 사진과 영상을 날짜와 함께 남기고, 기한을 정해 수리를 요구하세요. 집주인이 고치겠다고 하면 출입에 협조하고, 끝내 고치지 않으면 견적을 두 곳 이상 받아 직접 고친 뒤 영수증으로 필요비를 청구하거나 그 한도에서 월세를 덜 내면 돼요. 일부 공간을 못 쓰게 됐다면 감액을 청구할 수 있고, 합의가 안 되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어요. 유지·수선 분쟁도 조정 대상이고, 60일 안에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에요.

핵심은 세 가지예요. 살 수 없게 만드는 고장과 기본 설비 교체는 집주인, 손쉽게 고칠 사소한 고장은 세입자, 관리 소홀로 커진 손해는 세입자도 일부를 나눠 질 수 있다는 점이에요. 다만 실제 결론은 집 상태와 계약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금액이 크다면 조정 기관이나 법률 상담을 함께 활용해 보세요.

대표 사진: 천장 마감 타일 한 장에 갈색 물 얼룩이 넓게 번져 있어요. (사진: Atomicdragon136 / Wikimedia Commons, CC BY 3.0, 일부 잘라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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